
주호와 주아를 재워놓고 나도 잠깐 잠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이 잠을 자는 이 시간에 나도 이렇게 같이 잠이 들곤 한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내 시간을 갖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하지 못하고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이런 불확실함을 견디는 게 진짜 실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나는 ‘불확실함’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내게 고통을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육아가 절대 아니다. 불확실함이다.
지금 나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알 수는 없다. 불확실하다. 그 불확실함이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이 불확실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면, 그리고 그 힘을 연습을 통해 기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엄청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불확실함을 견디는 연습이 마라톤과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마라톤을 한다. 처음 달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수영강변을 따라 뛰었던 날이 기억난다. 500미터쯤 뛰고서 고통이 밀려왔다. 안 쓰던 근육을 쓰니 다리부터 허리까지 아팠고, 숨도 찼다. 나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군대에 있을 때 나는 정말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매일 5km씩 달리고 있었는데 어쩌다 500미터도 못 뛰는 이런 몸이 되었을까. 그때부터 조금씩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500미터를 달리고 500미터를 걸었다. 다음 날은 참고 1km를 뛰고 500미터를 걸었다. 그렇게 조금씩 뛸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게 10km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10km 달리기를 하면 너무 힘들다. 숨이 차고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 그걸 참고 달리게 되면, 어쩐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마주할 어떤 고통이나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불확실함을 견디고 있다. 마라톤을 뛰는 것 같다. 지나고 나면 이 고통은 별게 아닐 것이다. 감사하게도 고통의 기억은 쉽게 잊힌다. 나에게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완주를 했다는 그 사실일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불확실함을 견딘다. 헤야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그 일들이 너무 많아서 때때로 압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견딘다. 견디면서 매일 조금씩 해나간다. 나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